267차 새싹송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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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모태신앙이다. 어렸을 때부터 교회를 왜 가야하는지도 모른채로 그냥 왔다갔다만 했다.
첫 번째 오병이어, 비전캠프도 그냥 끌려서 오다시피 했다.
교회에 진짜 좋고 친한 친구는 1명 있었지만 학교의 예수님 안 믿는 친구들이 주는 즐거움을 충족시키지 못해 그 친구와 같이 있어도 외로움을 느꼈었다. 그러다가 외로움을 해결하기 위해서 교회 내에서 친구를 찾기 시작하였고, 1살 어린 동생들과 친구 먹고 같이 놀았었다.
찬양팀도 들어가고 뭣도하고 저것도 하면서 그런 외로움이 조금은 사라지나 싶었지만 그건 일시적일 뿐이었다.
언제나 놀 수 없었고, 학교 공부도 해야하며 하나님을 향한 열심이라고 교회 활동도 열심히 해봤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더 가슴에는 공허함만이 가득차고, 나와 사이가 좋지 않은 친구와 다툼은 많아지고, 부모님은 공부하라 하시고, 큰 형은 나에게 공부에 대한 중요성을 계속 말하였다. 그 때 \"도대체 왜 하나님은 나를 도와주시지 않으실까?\"하고 생각이 되었다. 하나님이 없는 것만 같았다.
학교에서 성경을 읽고 있으면 친구들이 \"예수는 뒤졌다 **아 지랄하지마.\", \"예수 없다니까? 그거 다 소설이야. 완전 잘 만든 소설.\"라고 장난으로 말하였다. 장난? 하지만 장난이라고 받아들이기엔 조금 그랬다. 많이 슬펐다.
나의 행실이 부족하기에 하나님이 나 때문에, 예수님이 나 때문에 욕을 먹는구나 생각하며 더 올바른 삶과 더 높은 성적을 추구하였다. 그래야 성적이 높으면 다들 빌빌 기는 학교에서 조금이라도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는 나쁜 생각을 하였기 때문이다. 강제적으로 예수님을 전파하려고 하였다. 하지만 정작 공부하기는 싫고 눈 앞에 주어진 것은 많아서 계속 가설만 세우고 \"이건 이러니까 안 돼, 이건 저러니까 안 돼. 그러면 뭘 해야하지?\"하면서 시간을 보냈다. 그러다보면 새벽 4시 정도였고 몸의 피로함과 위장이 내뱉는 산의 냄새는 \'나는 뭔가 했다.\'라는 이상한 충족감을 줘서 그런 생활을 반복했었다. 끔찍했다.
그렇게 살다보면 어느새 시험은 코 앞으로 다가오고, 현재 한국의 현실을 비판하면서 공부를 하고. 학생이기 때문에 공부를 해야하지만 공부를 한다는 것 자체가 이 불합리한 사회 체계에 복종하는 것만 같아서 늘 마음은 불편하고. 집중은 안 되고, 시간은 없어서 독서실 가서 무작정 앉아 공부를 하지만 어느새 잠이 들어서 깨면 시간은 두 세시간이 지나가 있고, 집에 돌아가면 한 것이 없다는 생각에 망연자실해서 낙담하고. 이런 삶이 계속해서 반복되는 가운데 나는 성경을 읽기는 했어도, 기도하기는 했어도, 하나님께 살려달라고 빌기는 했어도 그 변화를 믿지 않았다. 누가 이런 구제불능같은 삶을 구원할 수 있을까? 이런 의문들이 하나님 앞으로 나아갈 때마다 종교는 그냥 거짓일 뿐이라고, 인간이 죽음을 두려워해서 스스로 자기 위로를 위한 단체와 교리들을 진짜인 것 마냥 지껄이고 다니는 것 뿐이라고 내 자아는 끊임없이 내 안에서 소리치며 하나님 앞으로 나아가려는 나를 짓누르고 수백번을 찢어버렸다.
억눌린 삶 속에서 나타나는 수많은 고통으로 인한 스트레스는 적당히 해소할 곳이 없어서 스스로 가지고 있다가 분을 삭히는 것만 하였고, 공부해서 모두에게 인정받고자 계획을 세운 것도 수십번을 하였다. 하지만 전부 다 실패였고 변화를 시도하면 시도할수록 더 내가 인생의 영원한 실패자라는 생각이 뚜렷해져서 변화를 시도하는 것 자체가 두려워졌다. 미쳐버릴 것만 같았다. \'회개, 시도, 낙담, 포기\' 이런 시도가 수십번을 이어져 나가는데 도대체 어디에서 답을 얻을 수 있으며, 어디에서 희망을 찾을 수 있었을까? 지금 생각해보니 역시 답이 없다.
이렇게 살다보니까 나는 잉여인간이라고 생각이 되었다. 학교에서는 착하기는 한데 공부는 잘하지 못하니까 그냥 잡일만 하고, 공부 잘하는 애들은 욕하고 담배피고 술먹는 것을 쉬지 않고 반복함에도 불구하고 선생들에게 인정받고. 악인들의 형통함이 너무나도 부러웠다. 날보고 머리를 절래절래 흔드는 놈들의 형통함이 부러웠다. 그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것들이 부러웠다. 너무나도 부러웠다. 나도 공부 좀 잘해봤으면, 나도 좋은 대학 좀 가봤으면, 나도 인정받고, 칭찬받고, 저 무리에 끼었으면.. 성공에 조금이라도 근접할 수 있었으면..
이것이 과거 내 생각이었다. 밑바닥이라고 말해도 되려나? 앞으로의 내 인생에 더 밑바닥이 있다면 그것은 지옥일 정도로 하루하루 아침에 눈을 뜨면 죽었거나 다른 사람의 인생을 살았으면 하고 생각하였다. 현실도피까지 와버린 것이다.
내가 나를 생각하기에 나는 너무나도 약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날수록 이런 고통들과 스트레스들에 익숙해져가고 있었다. 그 때의 나는 고양이에게 쫓기다가 구석에 몰린 쥐와 같은 존재라고 생각된다. 너무나도 힘들고 무섭고 아프지만 어떻게든 살아보려고 악을 쓰며 하루를 살아가지만 바뀌는 것은 없이 매번 패배하였다. 한 번만 잘 살아보자는 그 삶에 대한 집착이 이런 약한 나를 스스로 보완하기 위하여 나는 내 자아를 무지하게 억세고 강한 황소고집으로 만들었다.
요약하자면 내 삶은 개판이었다.
그런데 최근에 밑바닥으로 오니까 신은 없다면서 믿기를 꺼려했던 신을 찾게 되었다. 인간의 추악함이었다. 자기가 필요할 때 쓰고 버리는 일회용 휴지 마냥 하나님을 여긴 것과 같다고 생각한다. 기복신앙으로 하나님을 믿으며 살아온 사람의 최후였다. 육체적, 정신적 스트레스로 더 이상 못 살겠다고 생각할 때 하나님을 찾게 되었다. 아주 간절하게 무릎을 꿇고 기도하며 성경을 읽으며 하나님을 찾기 시작하였다. 너무 죄송하다고 용서해달라고 기도하면서 내 자신을 뒤돌아보았을 때 나는 나의 의를 행하며 살아왔던 것이지 하나님의 의를 행하며 살아온 것은 아니라는 것을 깨달게 되었다. 이것을 깨달게 해주신 분도 하나님이시며 지금 이 자리까지 이끌어주신 분도 하나님임을 믿는다.
그렇게 간절히 하나님을 찾다보니까 삶이 조금씩 변화되는 것이 느껴졌다. 그런데 사람은 잘 바뀌지 않듯이 그 때 든 생각이 \"아 이거 잘만 하면 성공할 수 있겠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생각의 깊은 뿌리까지 박혀버린 성공에 대한 집착감이 하나님을 향한 마음도 물들이기 시작했다. 그것을 놓고 많은 시간동안 기도하며 나란 사람은 믿을 게 조금도 못된다는 확신을 가지고 매일을 하나님께 의지하려고 발악했다.
이런 삶을 보내다가 이번 267차 비전캠프에 오게 되었다. 유튜브 생방송으로 한 번 실황을 봐봤는데 가고 싶은 마음이 싹 사라졌었다. 얼마나 힘들고 고된지 알기 때문이었다. 아 그래도 살려면 가야된다는 마음으로 갔다. 나는 성격이 소심하고 낯도 많이 가리는데 이번에는 진짜 하나님 만나고, 이 썩어빠진 삶, 죽어버린 삶에서 벗어나기 위하여 \'아버지\'라고 계속 외쳤다. 아무 생각 없이 아버지만 외치다가 목이 나가버리기도 하였다. 첫 번째 날은 그렇게 아버지만 부르다가 지나갔고, 두 번째 날에 그 김요한 목사님의 사모님께서 인도하시는 찬양 이후 앞에 나와 기도하였다. 그 때 하나님을 만나게 되었다. 너무 죄송한데 눈물은 안 나오고 이게 회개하는 건가 아닌건가 그래서 답답하기만 하는데 하나님 이번에 만나지 못하면 인생 쫑나버릴 수도 있다는 생각에 아버지를 계속 불렀다. 그 때 갑자기 머릿속에 \"너의 고통을 내가 이해한다.\"라는 말이랄까 생각이라고 해야하나 아무튼 그 애매한 것이 딱 떠올랐다. 너무 슬펐다. 나는 그 따위로 살면서 하나님에게 돈과 명예와 성공만을 바랬는데 그 모든 순간을 하나님께서 이해하시고 괜찮다고 말씀하시는 것에서 마음이 찢어지는 것처럼 슬프고 아팠다. 여태껏 내가 느낀 좌절과 슬픔과 고통 속에서 한 번도 느껴보지 못한 슬픔이었다.
시험기간에 한 번 독감에 걸려서 내일 시험인데 골골거리며 전기장판 켜놓고 잠자리에 누워 있던 때가 있었다. 그런데 가족들이 날 보고 독감이 아니라 그냥 가벼운 감기라며 꾀병 부린다고 하였다. 얼마나 억울하고 슬픈지 1시간 동안 누워서 하나님께 왜 날 만들어서 왜 매일 이런 고통과 슬픔 속에서 살아가게 하냐고 하는데 그 슬픔은 누구도 이해하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하였다. 그런데 하나님이 이해하신다고 하셨을 때, 사람이 이해한다고 말하는 것과는 완전히 다른 느낌을 받았다. 엄마 뱃속에 다시 들어간 느낌이라고 해야하나 ㅋㅋㅋㅋ 정말 행복했다. 나같은 사람도 이해받을 수 있구나, 나같이 쓰레기 같이 살아오면서 기복신앙으로 살아오고 내가 나의 의를 추구하면서 하나님께 왜 복을 안 주냐고 따지던 그딴 쓰레기 같은 삶도 이해받을 수 있구나. 아버지가 이해하시는구나. 내 고통과 슬픔을 이해하시는구나. 내가 원망하며 왜 날 만들었냐고 했던 그 말도 다 기억하실텐데 그것도 이해하시는구나.
신은 있다고 밖에 생각이 되지 않더라. 신이 없다고 하더라도 이런 종교라면 내 인생을 걸어도 정말 아깝지 않겠다는 생각이 든다.
아버지는 계신다.
아버지 사랑으로 인하여 내가 아버지께 나아올 수 있고, 아버지 앞에서 회개하고 기도할 수 있으며, 살아갈 수 있음을 고백합니다.
아버지 하나님. 내 삶의 모든 것 되십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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